조은산 한양백서2 (과거 시험 편)

 

 

그 해, 소과 시험은 기일에 맞춰 속행했다.

진사의 벼슬에 응시한 각 고을의 선비들이 제 아비의 지게에,

고삐 쥔 머슴의 우마차에, 혹은 절뚝거리는 제 발 위에

각기 비루한 몸뚱어리를 얹어 성문 앞에 당도했다.

성문 앞은 선비들을 상대로 각종 문필기구와 요깃거리 등을

팔아 치우려는 잡상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인근 학당에서는 동문들이 몰려나와 선비들을 응원했다.

선비들은 비척대고 비실대며 근정전 앞에 도열했고,

어전의 위엄을 감내한 그들은 낡고 묵은 지필묵을 펼쳐 앉았다.

과제를 기다리던 중, 전날 과음한 어느 선비가

토악질을 해댔고 곧 관리들에 의해 끌려가 매질을 당했다.

철퍽 철퍼덕 볼기짝을 치대는 곤봉 소리가 요란했고

주변에서 낄낄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토사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고약한 냄새를 내뿜었다.

감독관들이 ‘엣헴’ 하며 긴장감을 돋구었고 이내 방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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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시 -

묻노니 논하라.

선거 전, 민주당이 만천하에 이르길

집값을 반드시 내리겠다 확언하였는바,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서울의 집값이 유난히

대폭등한 이유는 무엇인지 논할 것이며,

대폭등한 집값에 서울의 유주택자들이 돈방석에 앉아

앞다퉈 독일제 고급 승용차를 계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도 못 사고 전·월세 역시 폭등해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의 처량한 무주택자들이

아직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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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이내 붓을 놀리기 시작했다.

지면을 스치는 붓들이 슥슥 삭삭 제각각의 소리를 내며

할당된 공백을 채웠고 때때로 선비들은,

‘타하’ ‘어허’ ‘췌잇’ 등의 탄식을 내뱉으며 답안에 골몰했다.

“종료 십 분 전이오!” 감독관이 징을 울렸다.

붓을 놀리는 소리가 더욱 빨라졌고 한 선비는 감독관의

도포 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답안을 잘못 썼소. 답안지를 바꿔주시오. 부탁이오.”

선비의 읍소에 감독관은 곤봉을 흔들며 답했다.

“국시를 미룬 의원들의 곤궁함도 내치는 게 국법의

지엄함이거늘, 네깟 놈이 무에 그리 대단한 자라고

답안을 둘씩이나 써낸단 말이냐. 여봐라.

이 덜떨어진 작자를 당장 밖으로 끌어내거라.”

문경새재를 넘는 고단함을 읍소하며 버티던 선비는

결국 흙바닥 위로 내던져졌다. ‘살려주시오.’라는 비명은

철퍼덕하는 소리에 묻혔고 먼지가 일어 메케했다.

주변에서 다시 낄낄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초시 종료요!”

감독관이 징을 울려 진사과의 초시가 종료됐음을 알렸고

선비들은 일제히 엎드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쳤다.

성균관의 학자들과 육조의 당상관들이 모여들었고

‘엇흠’ ‘촤하’ ‘오호라’ 따위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답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추려낸 답안을 든 이조판서가 연석 위에 섰다.

북이 울려대며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켰고

이내 징과 박이 맞물려 경박하게 울려댔다.

“차석이오! 안양마을의 김평촌이가

진사과의 초시에 차석으로 합격했소이다!

차석의 답안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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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 하여가-

집값이 오른 들 어떠하고 전·월세에 쫓겨난 들 어떠하리

강남삼구 마·용·성이 황금성이 된 들 어떠하리

우리 같이 기본주택에 얽혀 백 년까지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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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답도다!!”

“구구절절하여 눈물이 앞을 가리는도다!!”

“참으로 아름다운 무소유의 정신이로다!!”

육조의 판서들이 앞다퉈 입에서 침을 튀겨 대기 시작했다.

선비들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다며 웅성댔지만

격렬한 판서들의 반응에 할 말을 잃고 결국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이윽고 이조판서는 수석의 답안을 발표했다.

“수석이오! 양천마을의 나목동이가

진사과의 초시에 수석으로 합격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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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심가(文心歌) -

 

이 집을 팔고 팔아 일백 번 고쳐 팔아

재산세와 양도세에 돈이라도 있고 없고

문(文)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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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힘이 풀린 육조의 판서들이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과연 훌륭하도다!!”

“가히 정몽주 선생의 환생을 보는 듯하도다!!”

“눈물, 콧물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는도다!!”

잠자코 듣고 있던 선비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것이 도통 뭣 하는 짓거리들이오! 저자들이 써재낀 것은

하여가와 단심가의 삿된 표절에 지나지 않느냔 말이오!

이다지도 개탄스러울 수가, 그대들은 하늘이 무섭지도 않소!”

고사장은 선비들의 아우성으로 뒤덮여 들끓는 듯했고

이조판서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고심하다 외쳤다.

“아직, 장원급제의 자리가 남았소이다!”

그러자 서로가 장원급제라 여긴 선비들이 일제히

입을 닫아 함구했고, 잔잔한 미소를 억지로 자아내며

갓끈을 조였다. 다시 이조판서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장원급제요! 강남마을의 최대치가

진사과의 초시에 장원급제하였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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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별곡 -

 

살어리 살어리랏다 호텔에 살어리랏다

룸서비스와 조식 뷔페 먹고 호텔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울어라 울어라 무주택자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서민이여

폭동한 전월세에 길바닥에 앉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우는도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정부 말만 믿고 새 된 자, 신고가 위로 날던 유주택자 본다

피눈물 젖은 임대차 계약서 들고 집주인만 바라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럭저럭 낮은 버텨왔건만 전세도 월세도 없는 밤에,

집주인은 퇴거를 요청하니 어쩔 것인가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 모든 게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이니 맞아서 우는도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호텔에 살어리랏다

고깃배 타고 크루즈 여행 간다 택시 타고 유라시아 횡단 간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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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백성이 체크인 할지어다!!"

"아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육조의 판서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어져 곡을 하며 땅을 쳐댔다.

더러는 바람개비를 돌며 미친 듯이 춤을 추었고,

더러는 꽹과리 소리에 맞춰 뱀처럼 몸을 비틀며 흔들어댔다.

복받치는 감정을 못 이긴 어느 대신은 계단 밑으로 몸을 던졌고

절벽 위의 도토리처럼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며 외쳤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이라니!

만인이 앙망한 궁극의 해답이며,

이 시대의 올바른 참정신이로다!”

아수라장이 된 고사장 위로 늦가을의 까치가 날며

배설물을 싸질렀고 후드득 떨어진 오물이

대신들의 도포를 적셨다.

그때였다.

답안 뭉치에서 한 장의 글월이 저 스스로 빠져나와

고사장 가운데에 낙엽이 되어 내려앉았다.

한 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형형한 눈을 들어

대신들을 응시했다. 입이 아교로 봉해진 선비는 허공에

붓을 휘둘렀는데, 놀랍게도 흩뿌려진 먹들이 저 스스로

이어 붙고 얽혀들어 문자를 형성했다.

- 표심가(票心歌) -

귀신에 홀린 듯,

이조판서는 그의 답안을 주워들어 단숨에 읽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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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여 아아 이명박 정부여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폭등하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폭락하니

대명제의 학습효과를 이 땅 위에 공고히 했음에

배운 것 남 주랴, 탐욕에 눈먼 강남 좌파들이

제 집값을 올리려 민주당에 표를 던지고

우매한 무주택자들은 집값 내려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민주당에 표를 던지네

세금을 휩쓴 문 정부는 국토부 장관 뒤에 숨어 음산하고

총선을 휩쓴 민주당은 콘크리트 지지층 뒤에 숨어 음흉한데,

돈방석에 오른 것은 대신들이오, 강남 좌파들이니

죽어나는 것은 서민이오, 무주택자들뿐이로다

아아, 탐욕과 치욕의 수도 서울이여!

깨어나지 못한 자, 영원히 잠들 것이니,

오매불망 술잔에 기대어 억겁의 잠에 빠져드는구나

어이할 거나 아아, 이 일을 어이할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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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러운 글이로다!!"

이조판서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외쳤다.

육조의 판서들과 정승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고

선비의 답안을 받아 돌려 읽기 시작했다.

별안간, 여권의 잠룡 중 하나라 불리던 좌의정 이 대감이

입에서 부글부글 거품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정신으로 강남권의 아파트를

초고가에 매도해 17억의 시세 차익을 거두고, 연이어

서울 한복판의 17억짜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갭투자를 시전해 투자의 달인임을 몸소 증명했던

그가 격분해 호통쳤는데, 과연 그의 말은 청산유수였다.

"투기를 하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거늘,

오히려 투기와 갭투자로 시세 차익을 거둬

백성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 아니겠느냐!!

나머지 잠룡 중 하나라 불라우던 경기 관찰사 이 대감 역시

격노해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왕이 즉위하기 직전, 10억에 불과했던 그의 부촌 지역

아파트 역시 현재 매매가가 20억에 육박하게 되었는데,

평소 성정이 불같기로 소문 난 그의 입에서

불똥이 일며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저자를 당장 기본주택에 쳐넣어,

우리와 같은 부를 영원히 누리지 못하게 하라!!

/

포박된 선비가 형조의 관아로 압송되던 날,

선비의 답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형조판서는

격앙된 목소리로 앙칼지게 외쳤다.

"소설 쓰시네!!"

형조판서 역시 한양의 요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심어둔

다주택자였는데, 그의 아파트 역시 왕이 즉위한 이래,

약 6억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왕권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그에게, 어떤 대신도 감히 집값을 이유로

토를 달지 못했다.

관가에는 호조판서가 크게 다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두운 대궐 안길을 급히 내달리다가 토사물을 밟고

미끄러졌는데, 어찌나 오지게 넘어졌는지

창자가 다 튀어나왔노라고 내관들이 전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튀어나온 것은 그의

창자가 아니라 돈 꾸러미가 담긴 복대였고,

그 안에는 세입자에게 갖다 바칠 뒷돈이 담겨 있었다고

누군가가 전했다.

선비는 다시 전옥서에 감금됐다. 창살 너머로,

취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전하는 참 영명하신 분일세.

적폐 청산에, 친일 척결에, 남북 평화에,

아 못하는 게 없지 않으신가?!"

누군가가 되물었다.

"실직하더니 많이 취했나 보구먼.

그런데 자네, 전세는 구했는가?"

"아니, 못 구했네."

민촌의 개들이 다시 컹컹 짖어댔고

취객의 목소리는 이내 묻혀 들리지 않았다.

선비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허리가 쑤셔 잠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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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글은 언제나 쉽습니다.

그러나 그 업보가 두려워 가장 아픈 글이기도 합니다.

글의 대상이 된 분들에게는 인간적으로나마

사과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러나

정치인이자 장관인 그들에게는 재차

경고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헛짓거리를 벌려놔 민생을 망쳤으면 최소한

헛소리라도 금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비판만 있고 대책은 없다는 분들이 계셔

다시 말씀드립니다. 두 번째 상소문,

김현미를 파직하라 편을 보시면 될 듯합니다.

키워드만 말씀드리면 수요와 공급이고 진출과 진입입니다.

이조판서의 말대로 더러운 글입니다.

저열하고 비열한 글이 스스로 보기 역겨워

반성의 의미로 잠시 글을 쉬어갈까 합니다.

 

 

 

 

 

 

 

 

 

 

 

 

 

Posted by 드무1
,

조은산 한양백서

 

 

청계천이 범람했다.

오간수문이 막혀 물길을 열어내지

못한 청계천은 제 기능을 상실했고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의

지류를 감당하지 못해 울컥댔다. 준천을 실시해 물길을

넓히고 유속을 보전한 수치 사업은 원점으로 회귀했고

배출구를 잃은 인간의 욕구는 똥 덩어리가 되어 수면 위를 덮었다.

똥 덩어리들은 농밀하게 익어갔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동십자각까지 퍼져나갔다. 광화문 앞 육조거리는 똥물에

질척여 인마의 수송이 불가한 듯 보였으나 육조판서들의

가마는 똥 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제 갈 길을 찾았다.

동십자각 위의 병졸들은 똥물이 두려워 교대를 미뤘다.

꽉 막힌 수문은 ‘어느 누가 막았는가’의 책임론을 넘어서

‘어떻게 열 것인가’의 방법론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실증론에 입각한 학자들에 의해 오간수문의 파쇄가

논의되었으나 그 해, 좌인은 우인을 압도했고 기가 뻗친

조정 대신들은 똥물 위에 토사물을 덮어 악취를 상쇄하자는

‘토사물 3법’을 발의했다. 사상 초유의 법안에

시류에 정통한 논객들이 앞다퉈 성문에 벽서를 붙여 댔고

민초들은 웅성대고 또는 웅얼대며 벽서를 훑었다.

어느 논객은 ‘조정이 똥물을 안 치우는 이유’라는

제하의 벽서를 통해 조정의 야비함을 폭로했다.

왕권의 배척점에 섰던 어느 대신은 경제학에 능통했고

'토사물 3법’의 부당함을 역설해 조정의 무능함과 정책의

모순성을 비판했다. 성문 앞의 민초들은 질색해

“과연 옳다 뿐인가.” 탄식하며 벽서를 필사해 여기저기

퍼 날랐다. 그러나 결국 나라는 똥물 위에 겹친 토사물에

점령되었고 내음은 합쳐 무르익어 더욱 고약했다.

도성 안의 똥물은 해를 넘길 듯 이어졌고 어느 순간,

시대의 변혁에 앞서 감내해야 할 덕목으로 탈바꿈했다.

백성들은 똥물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고약함과 역겨움을

‘본디 그러한 것이다’ 정도의 내면적 합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본디 그러했던 청아한 것들’ 은 잊히게 됐는데

그 과정은 서럽고도 유연했다.

왕권을 노리던 어느 대신이 똥물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는

‘조정의 기본 주택과 기본 소득’을 내세우며 백성들을

다독였는데, 들어찬 똥물에 집을 잃고 치솟는 임대료에

임차인의 신분조차 누리지 못한 백성들은 그의 말에

광적으로 몰두해 빠져들었다.

그의 격문이 반포되던 날, 저잣거리에 모인 백성들은

똥물을 뒤집어쓴 채 감격했고 이제야 어둠을 밝힐

빛이 땅에 내린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멀찌감치 지켜보던 한 서생이 백성들 앞에 나서며

이와 같이 말했다.

 

"나라의 재정은 그 끝이 정해져 있소.

누군가가 공짜로 밥을 얻어먹는다면 누군가는 곡식을 털어 나라에 바쳐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이 땅의 아들딸들이 갚아내야 할 것이외다.

빼앗는 자가 있는데 어찌 빼앗기는 자가 없겠소이까.

여기 자신이 빼앗기지 않고 공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손을 들어 보시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백성이 제 손을 번쩍 들어

치켜세웠고, 서생은 “과연 사람을 홀리는 것은 공짜 밥과

공짜 술뿐이로다. 듣던 대로 그는 뱀처럼 교활한 자로구나.” 라며 허탈하게 웃더니 자리를 떴다.

조정의 구휼미는 동이 났고 역병 아래의 소상공인과 노약자,

취약계층의 아동들은 결국 관아 앞에서 발길을 돌렸는데,

그날 밤, 만백성이 배를 두드리는 태평성대의 날이 도래했다며 취객들은 고성방가했다.

민촌의 개들이 컹컹 짖으며 응수했고 밤새 소란스러워 백성들은 잠을 설쳤다.

토사물 3법은 결국 어느 대신이 예언했던 대로 전세 시세를

바짝 추켜올렸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안달이었고

백성들은 폭등한 전세 시세에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토사물 3법을 입안했던 호조판서가 가장 먼저 토사물에 갇혀 허우적댔는데

백성들은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라며 조롱했다.

 

진정한 지옥 불은 갱신계약권이 소멸한 이후에 펼쳐질 요량으로 낮게 도사려 화기를 억눌렀다.

도성의 밤은 음산했고 깊이 시려 아리었다.

​가을에 이르러, 천정부지로 치솟던 한양의 집값은 결국

신고가를 갱신하고 말았다. 똥물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

거처를 마련했던 어용 대신들과 더불어 지지자들은 큰

시세 차익을 거뒀고 세간살이를 늘려 거처를 옮길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똥물에 젖은 세간살이를 내버릴

처지의 백성은 독주를 털어 넣고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누구도 스스로 나서 똥물을 걷어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양의 백성들은 이미 타성에 물들었고

똥물에 길들어 순응한 지 오래였다.

갑​주를 걸친 기병들이 환도를 절그럭거리며 성문을

드나들었다. 흙먼지를 추적하던 초병이 적국에 잠입해

정보를 캐던 세작의 복귀를 알렸고 기병들이 이를 호위해

병조 관아 앞에 당도했다. 족하에 꿇어앉은 세작이

거친 숨을 내몰며 겨우 말했다.

 

"급보요. 적국이 열병식을 개최했소. 기름 친 병장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고 전마가 앞뒤로 꼬리를 물어

그 끝이 보이지 않았소. 신형 신기전을 앞세웠는데,

그 위용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고 사정거리는

이미 동맹국의 영토를 노린다 하였소이다."

 

​세작의 소상한 보고에 나라는 발칵 뒤집혔고 민심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조정의 대신들은 신무기의 공포보다

적국 왕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 이라는 언사에 극심히

감격했고, "과연 계몽 군주로다!",

"종전선언만이 답이올시다!" 라며 입에서 침을 튀기고 무릎을 쳐대며 외쳤다.

격심한 그들은 왕명을 받아 조정의 입장문을 작성했는데,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승정원에 모여 앉아 논의한 끝에

결국 '유감을 표명한다.', '자제를 촉구한다.', '엄중히 경고한다.'

는 문구 대신 '주목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끝을 장식했다.

대신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중의적 표현이니 이는 모두

그대들의 공이오." 라며 술잔을 기울여 서로를 필봉을 추켜세웠다.

왕이 역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그때쯤이었다.

쥐구멍의 울음소리로 시작한 소문은 산천의 메아리가 되어 퍼졌다.

의금부는 촉각을 곤두세웠고 소문의 끝을 역추적해 병졸을 풀었다.

곧 소문을 퍼트린 자가 체포되었다는 보고가 올랐고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종1품의 의금부 판사가 나서 친히 국문에 임했다.

봉두난발을 한 백면의 서생이 포박되어 끌려왔다. 낯이 익었다.

이 자는 필시 며칠 전 저잣거리에서 재정을 운운하던 자가 맞으렷다.

의금부 판사는 복대를 끌어 올려 심기를 다잡았고 이내 하문했다.

"감히 전하를 역병에 걸린 환자로 둔갑시켜 능멸한 것이 네 놈이더냐."

"아니오. 왕은 역병에 걸리지 않았소."

'그렇다면'으로 되받은 판사의 말을 '그러나'로 끊어낸 서생은

살아서 모든 것을 토해내겠다는 듯 길게 말을 이어갔다.

 

"왕은 역병이 아닌 북병(北病)에 걸렸소.

백성이 불에 타 죽어도 北, 적국이 도발해도 北,

신무기를 개발해도 北이니 과연 북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이것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중병(重病)이오, 나라의

앞날을 망치는 복병(伏兵)이니, 이는 역병(疫病)보다 더한

천하의 몹쓸 병이외다. 내 말이 틀렸소이까."

서생은 이죽대며 빈정거렸다. 차마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판사는 등을 돌려 국청을 빠져나갔고 이내 어명을 담은

교서가 의금부도사를 거쳐 하달되었다.​

서생의 입은 아교로 칠해져 봉인되었고 전옥서로 이송되었다.

투옥되던 날, 짚의 누린내는 코를 찔렀고 그의 옆자리에는

백발의 노인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그의 목을 감은 칼에는 그의 죄상이 낱낱이 적혀있어 낯 뜨거웠다.

 

- 왕은 공산주의자다. 라고 발설한 명예훼손의 죄 -

 

노인의 입 또한 아교로 봉인되어 있었는데, 노인은 겨우

복심으로 꿀렁대 그 뜻을 전해왔다. "나는 아직 2심일세."

서생은 막힌 입 대신 콧구멍으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청천이 바래어 황천이 되었음에 백로는 날아올라

궤적 속에 명확했고, 보름달은 빛을 잃어 기울었는데,

별은 깊어 그 자리에 형형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물은 제 형태와 본질을

수시로 바꿨고 위정자들은 그를 좇아 가면을 뒤집어썼는데,

불변의 가치는 백성들의 눈 안에 담겼으니 그것은

정의인 것이라 누군가가 말했다.

그 해, 정의는 이 땅에 살아 숨 쉼이 버거웠는지

잠시 숨을 골랐는데, 그 사이 조정 전체를 손아귀에 넣은

형조판서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을 깔아 배치했고

관아 명판에 '공정과 정의'를 깊이 새겨 안도했다.

똥물에 갇힌 백성들은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 이라 정의했고,

똥물을 뒤집어 쓴 자와 똥물을 피한 자가 한데 뒤섞여

아우성쳤다.

서생은 고개를 들어 창살 너머를 내다보았다. 달은

기울었음에도 절반의 빛을 오롯이 내뿜고 있었다.

​한양에 비가 내렸다. 그러나 똥내음을 지워내지는 못하였다.

 

[출처] (진인)조은산의 한양백서全文|작성자 전야

 

 

 

 

 

 

 

 

 

 

 

 

 

 

 

 

 

 

 

 

 

 

 

 

 

 

 

 

 

Posted by 드무1
,

문재인 대통령님께 바치는 무영가(無影歌)

 

말 못한 아픔들이 40만의 바람이 되어 시화문을 타고 여민관을 스쳐 지났습니다.

좌우를 두고 정처 없던 그들은 여민관을 지나 갈래길에 가만히 닿았고 녹지원의 반송 아래, 낙엽이 되어 내려앉았습니다.

그곳의 가을은 어떻습니까?

격렬했던 마음들은 광장의 붉은 눈동자와 푸른 새벽 그리고 반송의 오래된 숨결을 기억합니다.
낡은 장롱 속 켜켜이 쌓아둔 이불의 내음처럼 그리운 마음에, 낙엽은 더욱 보채려 바스락댐이 그렇게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글을 써내려감에 때로는 심장을 뜯어내어 스스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제 안에 아픔이 깊어, 되려 아픔을 주려 한 까닭입니다.

두려운 마음에 손이 떨려 글을 이어나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겨낼 것입니다. 눈을 바로 떠 숨을 크게 들이마심은 남은 말들이 태산 같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권리가 다른 하나의 권리를 막아서면 안 됩니다. 한쪽에 모든 힘을 가하면 양쪽이 모두 무너집니다. 권리와 권리가 만나 춤을 추듯 어우러져야 합니다. 정치는 본디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위대한 지도자는 첨예한 대립의 칼날 위에 홀로 춤을 추듯, 위태롭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과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대인과 임차인,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계층과 계층, 각자 외로우나 결국 한 몸과 같으니 헤아림을 같이 하시고 한쪽을 해하려거든 차라리 함께 멸하시어 그 흔적마저 없애야 할 것입니다.


매사에 진심으로 임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구렁이가 되어 담벼락을 타고 넘을 줄도 알고 성난 황소가 되어 담을 부셔야 할 때도 있음을 스스로 아셔야 합니다. 그러나 결코 사람 뒤에 숨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처세를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국민은 각자 다르니 한곳에 몰아넣으면 안 됩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통합입니다. 다르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오, 밟아 없앨 것도 아닙니다. 그 접점을 찾고자 눈을 감아 고뇌하고 밤을 밝혀 신음하니, 대통령의 낮과 밤은 따로 없는 것입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의결하셨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위주의 구제책이었고 업종별로 위중함을 달리하셨습니다. 아쉬움도 있으나 좋은 일입니다.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여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보편적, 선별적 복지를 아우르는 차등적 복지를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모두가 고통받는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모두가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를 점차 다르게 하시라는 뜻입니다. 계층과 계층을 절단하는 단면이 아닌 완만한 경사를 지어 재정 또한 아끼셔야 합니다.


기본 소득을 논하기 전, 사회 취약계층을 먼저 살피셔야 합니다. 분배 정책을 논하기 전, 재정의 건전성을 먼저 살피셔야 합니다. 재정을 한 계층에게 강요한 고통의 산물이 아닌, 기업의 이익 창출과 고용의 확대에서 나오는 경제 순환의 산물로 채우셔야 합니다. 정치가 이념을 품어도 경제는 원리로써 지켜져야 합니다.


공권력의 살아있음을 보여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국가공권력은 강하고 엄정해야 합니다. 다만 일선의 경찰관들과 구급대원들의 공권력을 먼저 살피셔야 하며 이러한 공권력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자 국민이 낳은 자식입니다. 큰 틀에서 외교를 논하고 국정 운영의 방향을 굳건히 하시되, 국민의 사소함까지 살피시어 내정의 기틀을 세우셔야 합니다.


형법을 개정하시어 5대 범죄와 재산범죄의 법정형을 높이시고 판사의 작량감경을 제한하시어 사람을 죽이고 부녀자를 간음한 자가 반성문과 전관 변호인의 덕으로 다시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도록, 여당의 의원들을 재촉하시어 발의를 논의토록 하셔야 합니다. 길거리의 정의는 책상머리의 인권과 결코 같지 않음을 아셔야 합니다.

이 나라의 청소년들을 범죄자의 길로 내몰고, 같은 학생이 다른 학생을 던지고 때리고 빼앗아 죽여 없앰을 조장하는 소년법을 개정하셔야 합니다.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하향 조정하시고 죄명별로 보호처분을 제외해 법의 보호 아래, 청소년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한 하굣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소년 보호법에는 양벌규정을 두시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시고 영세상인들의 생존권 또한 지켜주셔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민생이며 이 땅의 아이들을 지키는 어머니의 길이자 어머니들을 위한 길입니다.


노력한 대로 보상받는 세상을 청년들 앞에 펼쳐주셔야 합니다. 잘못된 평등이 순수한 공정을 해하지 않도록 제도를 재정비 하셔야 합니다. 정시 비중을 더욱 확대하시어 권력과 재력이 아닌, 실력 위주의 대입제도를 공고히 하셔야 합니다.

 

사법고시를 부활하시어 가난한 자의 법복이 낡은 법전과 함께 빛날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가난을 딛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가난한 자가 소외된 자의 참된 인권을 제 가난에 비춰 살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셔야 합니다.


공기업과 공무원의 채용 과정을 다시 살피시어 피땀 흘려 노력한 청년들이 역차별 앞에 짓밟혀 울지 않게 해주시고 늦은 밤, 전등의 스위치를 가까스로 내리고 찾아온 적막과 어둠 안에 그들의 미소만이라도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지켜주셔야 합니다.


국보 1호는 바로 아이들이니 학대받고 소외당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하셔야 합니다. 모든 아이가 부유한 집에서 성장하지는 못하더라도, 모두가 영양가 있는 세 끼 식사를 해결하고 모두가 따스한 손길 아래 편안히 잠자리에 들어 공룡 꿈을 꾸게 해주셔야 합니다.

 

모두가 사랑받고, 모두가 심신에 상처를 입지 않으며, 어떤 누구도 저들끼리 설익은 라면을 끓이다 목숨을 잃지 않도록, 먼저 돌아간 예쁜 동생의 영혼을 병상의 형이 위로하지 않도록, 과자를 찾는 아이의 영혼이 더는 편의점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부디 온 힘을 다해주셔야 합니다.


스스로 태양이 되어 군림하시면 안됩니다. 음지와 양지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국민이 별이니 밤하늘이 되어 이들을 밝혀 주소서. 큰 별이 작은 별의 빛을 해하거든 더욱 어두워지시어 작은 별 또한 찬란히 빛나게 하소서.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글에는 그림자가 없듯 남겨지는 것 또한 없습니다. 마지막 고언을 담은 이 글이 북악산 자락으로 몸을 돌려 날아오르는 그 순간에, 이미 그 뜻을 다 했으니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인의 장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그 흔적만을 쫓아 여윈 글을 맺습니다.


확률이 아닌 확신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며 이천이십년 가을, 塵人 조은산이 40만의 염원을 담아 이 글을 바칩니다.

 

 

 

"대통령님, 어디 계십니까"…'시무7조' 靑 답변에 '무영가'

 

 

 

 

 

 

 

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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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이번엔 추미애 저격 “한양에 X냄새 진동해”

 

청계천이 범람했다. 오간수문이 막혀 물길을 열어내지

못한 청계천은 제 기능을 상실했고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의

지류를 감당하지 못해 울컥댔다. 준천을 실시해 물길을

넓히고 유속을 보전한 수치 사업은 원점으로 회귀했고

배출구를 잃은 인간의 욕구는 똥 덩어리가 되어 수면 위를 덮었다.

똥 덩어리들은 농밀하게 익어갔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동십자각까지 퍼져나갔다. 광화문 앞 육조거리는 똥물에

질척여 인마의 수송이 불가한 듯 보였으나 육조판서들의

가마는 똥 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제 갈 길을 찾았다.

동십자각 위의 병졸들은 똥물이 두려워 교대를 미뤘다.

꽉 막힌 수문은 ‘어느 누가 막았는가’의 책임론을 넘어서

‘어떻게 열 것인가’의 방법론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실증론에 입각한 학자들에 의해 오간수문의 파쇄가

논의되었으나 그 해, 좌인은 우인을 압도했고 기가 뻗친

조정 대신들은 똥물 위에 토사물을 덮어 악취를 상쇄하자는

‘토사물 3법’을 발의했다. 사상 초유의 법안에

시류에 정통한 논객들이 앞다퉈 성문에 벽서를 붙여 댔고

민초들은 웅성대고 또는 웅얼대며 벽서를 훑었다.

 

어느 논객은 ‘조정이 똥물을 안 치우는 이유’라는

제하의 벽서를 통해 조정의 야비함을 폭로했다.

왕권의 배척점에 섰던 어느 대신은 경제학에 능통했고

'토사물 3법’의 부당함을 역설해 조정의 무능함과 정책의

모순성을 비판했다. 성문 앞의 민초들은 질색해

“과연 옳다 뿐인가.” 탄식하며 벽서를 필사해 여기저기

퍼 날랐다. 그러나 결국 나라는 똥물 위에 겹친 토사물에

점령되었고 내음은 합쳐 무르익어 더욱 고약했다.

 

도성 안의 똥물은 해를 넘길 듯 이어졌고 어느 순간,

시대의 변혁에 앞서 감내해야 할 덕목으로 탈바꿈했다.

백성들은 똥물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고약함과 역겨움을

‘본디 그러한 것이다’ 정도의 내면적 합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본디 그러했던 청아한 것들’ 은 잊히게 됐는데

그 과정은 서럽고도 유연했다.

 

왕권을 노리던 어느 대신이 똥물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는

‘조정의 기본 주택과 기본 소득’을 내세우며 백성들을

다독였는데, 들어찬 똥물에 집을 잃고 치솟는 임대료에

임차인의 신분조차 누리지 못한 백성들은 그의 말에

광적으로 몰두해 빠져들었다.

그의 격문이 반포되던 날, 저잣거리에 모인 백성들은

똥물을 뒤집어쓴 채 감격했고 이제야 어둠을 밝힐

빛이 땅에 내린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멀찌감치 지켜보던 한 서생이 백성들 앞에 나서며

이와 같이 말했다.

 

"나라의 재정은 그 끝이 정해져 있소. 누군가가 공짜로 밥을 얻어먹는다면 누군가는 곡식을 털어 나라에 바쳐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이 땅의 아들딸들이 갚아내야 할 것이외다. 빼앗는 자가 있는데 어찌 빼앗기는 자가 없겠소이까. 여기 자신이 빼앗기지 않고 공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손을 들어 보시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백성이 제 손을 번쩍 들어

치켜세웠고, 서생은 “과연 사람을 홀리는 것은 공짜 밥과

공짜 술뿐이로다. 듣던 대로 그는 뱀처럼 교활한 자로구나.” 라며 허탈하게 웃더니 자리를 떴다. 조정의 구휼미는 동이 났고 역병 아래의 소상공인과 노약자, 취약계층의 아동들은 결국 관아 앞에서 발길을 돌렸는데, 그날 밤, 만백성이 배를 두드리는 태평성대의 날이 도래했다며 취객들은 고성방가했다. 민촌의 개들이 컹컹 짖으며 응수했고 밤새 소란스러워 백성들은 잠을 설쳤다.

 

토사물 3법은 결국 어느 대신이 예언했던 대로 전세 시세를

바짝 추켜올렸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안달이었고 백성들은 폭등한 전세 시세에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토사물 3법을 입안했던 호조판서가 가장 먼저 토사물에 갇혀 허우적댔는데 백성들은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라며 조롱했다. 진정한 지옥 불은 갱신계약권이 소멸한 이후에 펼쳐질 요량으로 낮게 도사려 화기를 억눌렀다. 도성의 밤은 음산했고 깊이 시려 아리었다.

 

​가을에 이르러, 천정부지로 치솟던 한양의 집값은 결국

신고가를 갱신하고 말았다. 똥물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

거처를 마련했던 어용 대신들과 더불어 지지자들은 큰

시세 차익을 거뒀고 세간살이를 늘려 거처를 옮길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똥물에 젖은 세간살이를 내버릴

처지의 백성은 독주를 털어 넣고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누구도 스스로 나서 똥물을 걷어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양의 백성들은 이미 타성에 물들었고

똥물에 길들어 순응한 지 오래였다.

갑​주를 걸친 기병들이 환도를 절그럭거리며 성문을

드나들었다. 흙먼지를 추적하던 초병이 적국에 잠입해

정보를 캐던 세작의 복귀를 알렸고 기병들이 이를 호위해

병조 관아 앞에 당도했다. 족하에 꿇어앉은 세작이

거친 숨을 내몰며 겨우 말했다.

 

"급보요. 적국이 열병식을 개최했소. 기름 친 병장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고 전마가 앞뒤로 꼬리를 물어

그 끝이 보이지 않았소. 신형 신기전을 앞세웠는데,

그 위용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고 사정거리는

이미 동맹국의 영토를 노린다 하였소이다."

세작의 소상한 보고에 나라는 발칵 뒤집혔고 민심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조정의 대신들은 신무기의 공포보다

적국 왕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 이라는 언사에 극심히

감격했고, "과연 계몽 군주로다!", "종전선언만이 답이올시다!" 라며 입에서 침을 튀기고 무릎을 쳐대며 외쳤다.

​격심한 그들은 왕명을 받아 조정의 입장문을 작성했는데,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승정원에 모여 앉아 논의한 끝에

결국 '유감을 표명한다.', '자제를 촉구한다.', '엄중히 경고한다.'

는 문구 대신 '주목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끝을 장식했다.

대신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중의적 표현이니 이는 모두

그대들의 공이오." 라며 술잔을 기울여 서로를 필봉을 추켜세웠다.

 

왕이 역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그때쯤이었다.

쥐구멍의 울음소리로 시작한 소문은 산천의 메아리가 되어 퍼졌다. 의금부는 촉각을 곤두세웠고 소문의 끝을 역추적해 병졸을 풀었다. 곧 소문을 퍼트린 자가 체포되었다는 보고가 올랐고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종1품의 의금부 판사가 나서 친히 국문에 임했다.

봉두난발을 한 백면의 서생이 포박되어 끌려왔다. 낯이 익었다. 이 자는 필시 며칠 전 저잣거리에서 재정을 운운하던 자가 맞으렷다. 의금부 판사는 복대를 끌어 올려 심기를 다잡았고 이내 하문했다.

"감히 전하를 역병에 걸린 환자로 둔갑시켜 능멸한 것이 네 놈이더냐."

"아니오. 왕은 역병에 걸리지 않았소."

'그렇다면'으로 되받은 판사의 말을 '그러나'로 끊어낸 서생은

살아서 모든 것을 토해내겠다는 듯 길게 말을 이어갔다.

 

"왕은 역병이 아닌 북병(北病)에 걸렸소.

백성이 불에 타 죽어도 北, 적국이 도발해도 北,

신무기를 개발해도 北이니 과연 북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이것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중병(重病)이오, 나라의

앞날을 망치는 복병(伏兵)이니, 이는 역병(疫病)보다 더한

천하의 몹쓸 병이외다. 내 말이 틀렸소이까."

 

​서생은 이죽대며 빈정거렸다. 차마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판사는 등을 돌려 국청을 빠져나갔고 이내 어명을 담은

교서가 의금부도사를 거쳐 하달되었다.​

서생의 입은 아교로 칠해져 봉인되었고 전옥서로 이송되었다.

투옥되던 날, 짚의 누린내는 코를 찔렀고 그의 옆자리에는

백발의 노인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그의 목을 감은 칼에는 그의 죄상이 낱낱이 적혀있어 낯 뜨거웠다.

- 왕은 공산주의자다. 라고 발설한 명예훼손의 죄 -

노인의 입 또한 아교로 봉인되어 있었는데, 노인은 겨우

복심으로 꿀렁대 그 뜻을 전해왔다. "나는 아직 2심일세."

서생은 막힌 입 대신 콧구멍으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청천이 바래어 황천이 되었음에 백로는 날아올라

궤적 속에 명확했고, 보름달은 빛을 잃어 기울었는데,

별은 깊어 그 자리에 형형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물은 제 형태와 본질을

수시로 바꿨고 위정자들은 그를 좇아 가면을 뒤집어썼는데,

불변의 가치는 백성들의 눈 안에 담겼으니 그것은

정의인 것이라 누군가가 말했다.

 

그 해, 정의는 이 땅에 살아 숨 쉼이 버거웠는지

잠시 숨을 골랐는데, 그 사이 조정 전체를 손아귀에 넣은

형조판서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을 깔아 배치했고

관아 명판에 '공정과 정의'를 깊이 새겨 안도했다.

똥물에 갇힌 백성들은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 이라 정의했고,

똥물을 뒤집어 쓴 자와 똥물을 피한 자가 한데 뒤섞여

아우성쳤다.

 

서생은 고개를 들어 창살 너머를 내다보았다. 달은

기울었음에도 절반의 빛을 오롯이 내뿜고 있었다.

​한양에 비가 내렸다. 그러나 똥내음을 지워내지는 못하였다.

 

 

 

 

 

 

 

 

 

 

 

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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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 붕어 개구리 그리고 이무기

 

"제 아들이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다 못난 이 어미 탓이고

잘 가르치지 못한 부모의 죄입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한 아주머니가 부대원들 앞에 섰다.

어깨는 흔들렸고 가는 두 다리는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중죄'를 저지른 어느 군인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옆에는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었고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이 그 뒤에 서서 매서운 눈으로

부대원들을 노려보았다.

이것은 내가 아는 어느 가재의 이야기다.

 

 

 

병장 박OO, 그는 평민의 아들이자 나의 6개월 고참이었다.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이었던 그는 부대 밖 어느 여인과

유치찬란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남몰래 사랑을 키웠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고자 5.56mm 소총 탄두를 녹이고

갈아내 수제목걸이를 만들어 선물하겠다는 큰 뜻을 품게 된다.

그렇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어느 날,

그의 마지막 사격이 다가왔고 사로에 오른 그는

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레 지급받은 km193 보통탄의

탄두를 떼어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20발 중 19발의 사격을 마친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짝이는 탄두를 건빵주머니에 흘려 넣었는데,

결국 하루도 안되어 발각되고 만다.

여기서 그의 항변을 들어보자.

"어차피 사격장에 가면 널린 게 탄두다.

나는 그저 멀쩡한 탄두가 필요했을 뿐이었고

내가 쏴서 날린 탄두나 미리 빼서 챙긴 탄두나

버려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내 죄는

총알 하나 줏어서 쓰레기 같은 목걸이나

만들려고 방아쇠 한 번 안 땡긴 것 뿐인데,

아 그게 무슨 죽을 죄라도 된다는 말이더냐!"

택도 없다.

군법은 지엄한 것이다.

각각의 행위가 처벌조항이 되어 군법에 적시되고

군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면 그것은 죄다.

그 탄알이 연인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제조하기 위함이던가.

사격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키라 지급한 탄알이다.

그러므로 변명은 필요없는 것이다.

결국 그는 군용물 절도의 중죄를 저지른

범법자 신세가 되었고 헌병대로 이송되기 직전,

모친을 부대로 소환하여 부대원 전체 앞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하는 이른 바 '인민재판'에

선다면 구속은 면할 것이며 가벼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중대 간부들의 회유에 굴복했다. 군대판 플리 바게닝인 것이었다.

구속될 위기에 처한 아들의 소식을 들은

그의 어머니는 국토를 사선으로 가로질러 달려와

중대원들과 간부들 앞에 죄인의 어머니가 되어 섰다.

정치인도 아니었고 장차관급의 고위 인사도 아니었던

그의 평범했던 어머니는 보좌관의 전화 한 통으로

사고를 수습할 힘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결국

아들뻘 되는 부대원들과 조카뻘 되는 간부들 앞에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게 되었다.

그 덕에 병장 박OO은 구속을 면하였지만

한 달간 무장구보에 임하는 처벌을 받게 되었고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어느 붕어의 이야기이며 여기에는

과거의 내 자신과 나의 어머니가 있다.

 

 

 

박병장의 '탄두 절취사건'이 희미하게 잊혀질 무렵,

뒤이어 병장이 된 나는 달력에 D-day를 새기며

하루하루 전역일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던 어느 날,

탄두 절취사건의 명성을 뛰어넘는 엄청난 사건을

몸소 터트렸으니 그것은 이른 바 '간장계란밥' 사건이다.

산악중대의 야심한 밤, 상황근무를 마치고

대기에 임하려던 나는 병장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극심한 허기를 느끼게 되었고 결국 사병식당에 침투해

냉장고에 있던 계란 두 알과 보급 간장 그리고

먹다 남은 밥을 신들린 듯이 볶고 지져대어

한 그릇의 간장계란밥을 탄생시키게 된다.

그리고 보슬보슬한 계란과 볶은 간장의 풍미를

한껏 느껴보려던 그 순간, 마침 순찰중이던

당직사관이 사병식당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날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는 공식적인 부대 급식이 아닌 개인적 취식을

문제삼았다. 간장계란밥의 고소한 풍미를 지적했고

특히 내가 소비한 계란 두 알에 몹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는데 그 계란이 과연 너의 사유재산인가

국민의 세금인가하는 문제를 골자로 하여 공세를 퍼부었다.

"아 그럼 군인은 취사병 없으면

굶어 죽어야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나의 일갈에 비극은 실체와 영향력이 되어 다가왔다.

격분한 당직사관은 내 간장계란밥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던지려 했고 나는 이미 볶은 것이니 먹긴 먹어야 한다며

맞섰다. 그리고 빼앗으려는 손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손이

오가며 몸싸움으로 번졌고 자연스럽게 나는 하극상의

중범죄를 지은 죄인으로 신분을 갱신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간장계란밥은 식당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고 마치 내 앞날을 보는 듯했다.

상황은 즉각 보고되었다.

병장 조은산은 '군용물 절도' 에 '항명'의

혐의까지 더해 군통신망을 타고 내리며 전파되었다.

군형법상 모두 사형이 가능하다. 나는 나선을 그리며

내 심장을 뚫고 진입하는 5.56mm 소총탄을 상상했다.

간장계란밥 때문에 죽어야 한다니..

이제 나의 항변을 들어보자.

"나는 돈 8만원 받자고 군대에 끌려왔다.

애시당초 배고프지 않게 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거늘 무슨 타조알도 아니고

계란 두 알 해봐야 얼마나 한다고 이 난리더냐.

그렇다면 내 죄는 먹고 살자고 지지고 볶은 것 뿐인데,

아 내가 무슨 죽을 죄라도 지었단 말이더냐!"

역시 택도 없다.

당직사관의 조치는 정당했다. 그는 장교로서 자신의 판단에

충실했고 그는 그럴만한 권위와 그래야 할 책임이 있는

군의 장교였다. 그는 적시된 군형법을 근거로 내 앞에 섰고

나는 나의 철없는 배고픔으로 그와 맞섰다.

근거와 감정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계란 두 알과 간장의 고소한 풍미를 문제 삼아 권위를 내세운

그의 옹졸함을 탓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군이다.

그것이 군율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따라야 할 것이었다.

엄중히 책임을 묻는 고통의 시간이 다가왔다.

헌병대로 이송되기 전, 나 역시 박병장과 마찬가지로

인민재판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중대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사병이 장교에게 대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중대장은 길길이 날뛰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를 부대로 소환했다.

어머니는 구속될 아들의 처지를 행정관에게 전해듣고

크게 놀라 주저앉았다. 그리고 급히 몸을 재촉해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때론 뛰고 걸으며

겨우 부대에 도착했다. 그러던 와중에 몸이 달았는지

길바닥 위에서 크게 넘어지셨고 눈가에 피멍과 핏자국이

선명한 채 아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휴가가 유독 밀렸었다.

10개월 만에 뵙는 나의 어머니였다.

"우리 아들이 엄마가 많이 보고싶어서 그랬나보구나"

어머니의 첫 마디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그리움,

미안함과 서러움이 일순간 터져나왔고 나는 무너졌다.

나는 토하듯이 울었다. 가슴을 치며 울었고

사로잡힌 짐승처럼 버둥거렸다. 목구멍 안쪽에서

끌려나온 울음은 심장 마저 토해낼 듯 깊었다.

어머니는 젊은 소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울음을 이어받았고

두 손을 비비며 진심을 다해 애원했다.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장면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는 군복 바지를 잡고 늘어지는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그제서야 용서의 뜻을 전했다.

어머니의 무릎에는 흙이 묻어 날렸고

나는 눈물을 닦아 흙을 털어 내 죄를 씻었다.

그렇게 나는 구속을 면하였고 마찬가지로

한달간 무장구보에 임하라는 명을 받았으며

그렇게 '간장계란밥' 사건은 막을 내리게 된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그러나 참담했던 그 날의 기억은 년도와 일자까지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 날의 불효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요즘 어느 어머니와 어느 일병의 이야기로

나라가 통채로 들썩이는 듯하다.

 

 

 

여당의 당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직 법무부장관이자

권력의 핵심에 위치한 어느 어머니가 있고,

19일간의 병가를 끝으로 부대에 복귀해야 했으나

석연치 않은 처리 과정으로 난무하는 막말과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선 어느 일병이 있다.

이들을 '용과 이무기'에 빗대어 표현해도 무방하리라.

이 이무기의 항변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

 

 

 

이미 177석의 거대 여당이 앞다퉈 그의 항변을

대신하고 있다. 월급 8만원의 고단함과 굶주림을 읍소하고

연인에게 선물할 탄두 목걸이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가재와 붕어의 초라한 자기변명과는 차원이 틀린,

국가 단위의 변명인 것이다.

말과 말이 부딪히니 새로운 언어가 생겨났고

카톡휴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관념과 관념이 부딪히니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는데,

졸지에 이 일병은 안중근 의사로 환생했다.

그리고 상식과 상념이 부딪혔다. 상식은

거대 여당의 상념 앞에 깨어져 흩날렸다.

재미있다. 추상같은 군법의 지엄함 앞에 가재, 붕어

따위 미물들은 소총 탄두를 뽑아내고 계란을 볶아대다가

제 부모를 끌어내 인민재판을 세우고 무장구보를 도는데

미귀한 장관의 아들을 비호하는 175인의 결사대라니..

아쉽다. 내가 만일 장관 어머니를 뒀다면

계란을 볶았던 건 내가 아닌 당직사관이었을 것이다.

병장 조은산의 하극상이 문제인가.

보좌관을 부려 사병의 신분으로 장교를 겁박했을 것이다.

병장 박OO의 5.56mm 소총탄 탄두가 문제인가.

155mm 포탄 탄두를 깠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그의 군무이탈과 주변인들의

여러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되었다.

동부지검의 지휘라인은 이미 친정부 인사가

장악했고 그들의 수사의지는 이미 8개월 간

증명되었다. 또한 백번 양보해 기소에 부쳤던들

대법원 또한 민변에게 접수된지 오래인데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가지, 내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검찰은 들어라.

'무슨 말인가. 휴가처리가 됐다. 어떤 착오나

오류가 있는 것 같다. 승인권자에게 구두승인을 받았다.

군무이탈죄로 처벌되지 않게 신속히 처리해달라.'

이 말은 결코 어렵지 않은 말이다.

그리고 정당히 휴가를 연장했고 자신 또한 그렇게

알고 있다면 미귀 사실을 알리는 당직사병에게

응당 되물어야 할 말들이며 온전한 정신과 상식을

갖춘 성인이라면 이미 23일 전화를 끝으로

25일의 부대복귀 종용은 없었을 것이다.

그대들은 이러한 상식의 논리에 따라

장관의 아들을 신문해 추궁하였는가?

정상적으로 휴가를 연장한 이 시대의 보편적 군인이라면

총 3번의 복귀를 종용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첫 전화에서 이미 오류를 수정하고 누락을 채웠을 것이다.

이러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의 이유를 추궁하고

진술과 진술 사이에 모순점을 찾아 파고드는

유능하고 진실된 수사관은 검찰에 없는가?

사건 관계자들을 거짓말 탐지기에라도 올렸는가?

간접증거라도 되어 진술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

이에 대한 그들의 의사라도 물었는가?

동의와 비동의 사이에서 심증이라도 얻을 수 있다.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 정황증거에 의해

유죄를 이끌어낸 판례가 넘쳐난다.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눈물만으로도 피의자의 강간죄가 성립한다.

그들의 기소와 공소유지는 누가 한 것인가?

장관의 아들을 기소하기 위해서는 직접증거가 필요하고

평민의 아들들은 간접증거와 정황증거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것이 검찰의 공정이고 법무부의 정의인가?

구두승인을 냈다고 진술한 승인권자의 진술과

육군의 행정시스템과 문서화된 사실을 근거로

복귀 종용을 한 당직사병들의 진술 중 무엇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검찰은 프로세큐터인가, 폴리세큐터인가?

법무부의 영문약자 MOJ는 Ministry of Juvenile 인가?

휴가 승인을 받고도 부대 복귀를 종용하는 당직자에게

말 한 마디 스스로 못해 보좌관이나 찾아대는

철부지 일병 하나가 법무부의 존재 이유인가?

자, 이제 개구리가 남았다. 개구리는 누구인가.

멀리 볼 필요 없다. 바로 그대들이다.

 

 

 

병장 박OO과 병장 조은산과 같은

평민의 부모이자 평민의 자식인 개구리.

정해진 휴가일수를 모두 채워 부모님께 작별의 인사를

올리고 다시 귀대길에 오른 열차 안의 슬픈 개구리.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무거운 소총을 들고 군장을 꾸려

끝이 없는 전술도로를 말없이 걷던 고독한 개구리.

만천하에 벌어지는 권력자의 비위에도 지지자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려 드는 맹목적인 개구리.

모두 그대들이다.

내 블로그의 댓글창은 언제나 열려있다. 만일 이 글이

기사화된다면 포털사이트 뉴스란의 댓글 또한 가능할 것이다.

용과 이무기 따위의 이야기는 이제 불기소로 끝났다.

그러므로 나는 개구리들의 이야기가 듣고싶다.

개구리의 공정과 개구리의 정의와 개구리의 군시절을 말이다.

광화문에 모여 개굴개굴 울어댈 수 없으니

댓글이라도 달아 울어야하지 않겠는가.

기다리겠다.

이천이십년 구월 말일

 

塵人 조은산이 또한 개굴개굴 하였다.

 

 

 

 

 

 

 

 

 

 

 

 

 

 

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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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진영 부대변인의 논평에 관하여

 

 

이천이십년에 들어, 배를 잡고 뒹굴며 웃어댄 게 손에 꼽는다.

나는 그저 생계에 굴복해 너절하다 뿐인 필부인지라

그 많은 세상 속 요깃거리와 요절복통 티브이 속 입담꾼들의

속사포에도 꽤 꿋꿋하게 근엄함을 유지하는 건조한 부류 중

하나인데,

다름 아닌 ‘정치’가 나의 배꼽을 자극했다는 것은 유머를 넘어선,

그야말로 관념과 형상으로 말미암아 폭소를 자아내는

오리지날 퓨어 개그의 극치를, 누군가가 내게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천이십년 가을, 김소연 당협위원장의 추석맞이 플랜카드가

 

 

 

 

가장 먼저 나의 배꼽을 괴롭혔다.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문구보다 나는 연못 속 처절하게 오붓한 가붕개들의 적절한 묘

 

 

 

 

사에 집중했고 곧 배를 잡고 뒹굴었는데 그 와중에 나는 꽤 세심하게 그려진 가재의 집게 발가락에 집중했다. 그것은 시각으로 던져지는

프로파간다이자 몰락한 어느 정치인에 대한 확인 사살이었다.

 

(前이 될 뻔했으나 現으로 남은) 김소연 당협위원장에게

다만 아쉬운 것은 중도층을 배려하지 못한 문구와

화제가 된 이후의 대응이었는데,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의

나라면 조용히 한마디 던지고 게시글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더러운 잠 (나신의 창녀를 그린 근세기 화가의 작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합성해 만들었다. 세부적 내용은 표창원

전 의원에게 문의함이 옳다.) 을 보고 나니 표현의 자유가

온 우주와 같이 크게 느껴졌다. 한 여인이 전라의 창녀로

묘사되는 세상에 한 남자를 감옥에 보내는 게 그리 큰 잘못인지

몰랐다. 물의를 일으켰다 하니 내리겠다. 유감을 표한다."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면 꽤 괜찮은 모양새이지 않았나 싶다.

 

(수많은 것들이 그대를 향해 달려갔고 그대로부터 달아났다.

이것이 정치 아니겠는가. 모쪼록 살아남았으니 다행이다.

이유 있는 자들이 살아남는 법, 남은 날들을 통해 그것을 증명했으면 한다.)

 

그리고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박진영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논객 진중권을 삼국지의 ‘예형’에 빗대어 비난했는데 이 기사를

 

 

 

 

접하고서 나는 비로소 배꼽이 아닌 창자를 쏟아내고 말았다.

 

압축해 표현하자면 예형이라는 인물은 앞 뒤 안 가리는 독설로

인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삼국지 상에 결코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 인물 중 하나인데, 졸지에 논객 진중권은

후한 말의 선비로 재탄생해 강하 태수에 의해 목이 달아나는

불귀의 객으로 전도되었고 어느 여당 의원의 ‘똘마니’ 소송으로

인해 피고인 신분이 된 그는 결국 객사한 독설가로 전락하게 되었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깔깔대며 웃느라 한 동안 꺾인 몸을

곧게 피질 못했는데, 그것은 폭군 조조의 휘하에서 알몸으로

북을 두드리는 예형의 처절함이 그의 현실과 진배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래옷을 벗어 던지며 두구 두구, 그대는 조국의 똘마니인가.

저고리를 벗어 던지며 두구 두구, 그것은 너희들의 세상 아니던가.

속옷을 벗어 던지며 두구 두구, 이 무슨 추안무치인가.

어느 누가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상해보라.

 

알몸의 논객 진중권이 폭군의 진영 한가운데

나신으로 북을 두드리며 덩실 덩실 춤사위를 벌이는 모습을.

나는 말로 말미암아 말로 이어지는 정치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나 또한 천한 글귀로 혹세무민에 나선 까닭은

혹세무민에 휘둘리는 대중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들 앞에 저러한 부대변인이라는 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진영이라 하였는가.

그의 논평이 벼린 듯 날카롭고 달군 듯 뜨겁다.

문체가 시원하니 보기 좋고 잔재주가 없어 가볍다.

그러나 그는 감춰야 할 것을 드러냈는데, 그것은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이 풍기는 날 선 감정의 비린내이고 역겨움이다.

 

다시 일합을 겨누고자 한다. 꽤 괜찮은 상대를 마주한

나의 필봉은 유례없이 숙연하고 어느 시인과의 일전이 떠올라

심장이 펄떡댄다. 멸하고자 함이 아닌 논하고자 함이니

다가서는 것이 어렵진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진영 부대변인님 계십니까.

塵人 조은산이 몇 가지 여쭙고자 합니다.

먼저 그대의 촌철살인의 비유에 소직은 아직도 배가 아파 죽겠는데 이러한 큰 웃음을 주셨으니 그 은혜에 감복할 따름이라, 저 또한 몇 가지 비유를 통해 감히 그 웃음을 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대는 논객 진중권을 예형 따위의 인물에

비유했으나 가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제가 감히 그를 평하건데, 장판교의 늙은 장익덕이나

하비성의 안경 쓴 관운장은 과연 어떻겠습니까.

코에 두꺼운 안경을 걸친 중년의 논객이

가뜩이나 송사에 휘말려 장팔사모나 청룡언월도 따위를

들어낼 기력이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안산문화재단의 대표이사감성의 헌법학자 그리고

촛불 가수들과 청산가리 여배우와 같은 오호대장군들이

지금의 야당에는 전무할 뿐이고 또한 개콘과 같은 마당놀이도

사라진 판국이니 177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 세 치 혀와 글월로

외로이 고군분투하는 그를 예형 따위가 아닌

관우, 장비에 비유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리도 꼴 보기 싫다면 차라리 그대의 논평과 거대 여당의 힘으로 개콘을 부활시키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개그맨이 되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으로만 1년 치 시청률을 보장하겠습니다.

또한 그대에게는 삼국지의 어떤 인물이 어울리겠습니까.

 

여기 마찬가지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대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 과연 누구일까 고심하다

겨우 추려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조조를 거친 예형을 예로 들었으니 조조 휘하에 있었던

연의의 신하들을 열거해보겠습니다.

 

여기 여백사의 진궁이 있고 계륵의 양수가 있고

빈 밥그릇의 순욱이 있습니다.

 

셋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그대와 같이 학식과 지혜를 갖춘

당대의 모사였다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는 부디

내게 답변이 닿기 전 그대가 먼저 깨달았으면 하는 바,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타인의 끝을 논하기 앞서

자신의 끝을 내다볼 줄 아는 지성인의 성찰이 남긴 의문이며

새겨 들으셨으면 하는 저의 바람이 남긴 여백일 것입니다.

 

정치라는 것이 실로 팍팍하다 못해 가루가 날릴 지경입니다.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으니 이러한 어울림도

꽤 괜찮은 방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언급한

품격이라는 것의 범주 안에 제가 포함된다면,

이러한 나의 글에 답을 주셔도 무방하다 보입니다.

어떻습니까.

 

한 번 골라내 보시겠습니까.

 

이천이십년 시월

 

塵人 조은산이 던집니다.

 

 

 

 

 

 

 

 

 

 

 

 

 

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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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

[출처]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작성자 goodmountain7

 

가을 하늘이 높다 한들 군주의 명망에 비할쏘냐

적시에 들이친 역병의 기세에 산성은 드높아

나는 아찔해 두 눈을 감는도다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산성이 구축되었으니

광우병의 명박산성이오 역병의 재인산성이라

그 이름 또한 기가 막혀 무릎을 탁 칠 뿐이로다

명박산성 앞에 자유를 운운하던 정치인은

재인산성 뒤에 급히 숨어 공권력을 운운하고

전의경을 짓밟고 명박산성 위를 기어올라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던 촛불시민들은

재인산성 위의 사졸로 전락해 댓글의 활시위를 당긴다

뇌송송 구멍탁 활줄을 당겨라

뇌송송 구멍탁 시위를 놓아라

구령에 맞춘 사졸들의 활질에 이미 한 자리씩 꿰찬

그 시절의 광대들은 슬며시 무대 뒤로 사라지고

미국산 쇠고기 굽던 연기만 그 자리에 자욱한데,

정치란 무엇인가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

지도자는 무얼 하고 있는가

그대들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공허한 외침만이 가득한 광화문에

광우병은 온데간데 없어 역병만이 남아

사졸들의 불화살에 노병은 아파 슬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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塵人 조은산이 이낙연 당대표님께 한 말씀 올립니다.

제 할 말에 앞서 저리도 저급한 글월을 띄운 까닭은

이낙연 당대표님께서도 심히 공감하실 내용인 듯하여

심심치 않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니 먼저 용서를 구합니다.

소생이 천하여 두문불출할 뿐이라 그저 소심히 내다볼 뿐이어서,

개천절 보수단체의 집회를 앞두고 서울지방경찰청을

전격 방문하시어 강력한 공권력의 발동을 주문하시고

철저한 차단을 당부하시며 경찰관 기동부대원들을

사열하시는 등 저돌적 행보의 저의를 알 수는 없으나,

당대표님의 페이스북에는 온통

강경, 차단, 봉쇄, 통제, 불법, 압도, 무관용 등

예전의 여권 인사들이 물고 늘어질 만한 말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고 그 안에 어떤 아름다운 것들,

양보, 이해, 설득, 부탁과 같은 말들은 전무하여 서글프니

이것은 당대표님의 한계입니까 아니면 저의 순박함입니까.

저는 개천절, 광화문을 비우자는 호소문으로 인해

평범한 소시민의 신분으로 무수한 악성댓글을 감내해야 했는데

이러한 고통이 왜 저같은 천한 글쟁이의 몫이 되어야 합니까.

여당의 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써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의 당위성과

확산의 위험성을 먼저 알리는 것이 국민의 과한 욕심이라

어느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거대 여당의 자만에서 비롯된 정치적 행보에

불과하며 신종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국민에 대한 극심한 조롱에 가깝습니다.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며 스스로 각성할 일입니다.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작금의 사태에 도움은 커녕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입니다. 또한

경찰관 기동부대는 일개 정당의 대표를 비호하는

사설군대가 아닌 국가공무원들의 집단입니다.

앞으로 당대표님의 경찰관서 출입을 금하며 또한

강경 진압과 무관용 원칙 등의 지휘, 통솔, 명령은

경찰청장의 권한이고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 상

일개 당대표는 경찰권 발동의 명령권자가 아님을 유념하시어

이러한 언행을 삼가셔야겠습니다.

'방역의 벽'이란 표현이 어떤 자의 발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현명한 대처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광우병 파동 당시 명박산성은 '생존의 벽' 이었음을,

수십대의 경찰버스가 불길에 휩쓸리고 수백명의 전의경들이

삽과 쇠파이프, 볼트로 인해 부상 당했으며 염산이 든 유리병이

허공을 갈랐고 심지어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구급차마저

시위대에 의해 가로막힌 상황에서 이 나라의 아들들을

폭도로부터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이었음을, 그리고

그에게 塵人 조은산이 엄중히 이르길,

조악한 말장난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한번 던져진 말은 기생충처럼 질기고 강해

이곳 저곳 들러붙고 옮겨다니며 살아갑니다.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그 때, 이낙연 당대표님께서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했고 이제 그 말들은 숙주를 찾아 저에게 옮겨왔으며 다시

이 글을 통해 당대표님께 들러붙어 주인을 찾은 모양새입니다.

 

 

저와 같은 놈팽이가 어제 배고프다 읍소하고

오늘 배부르다 배를 두드리는 것과는 다른, 동질의 사건에

동등한 잣대를 들어 스스로의 줏대를 세워가는 이것은

올바른 정치인의 기질이자 성정의 문제일 것입니다.

심연의 못에서 승천을 우러르던 잠룡이 마침내

수면을 깨트리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얼굴은 하나요

입이 두 개인 기형 생물인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습니까.

몇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밤을 지새웠음은

결국 이를 말하고자 함이었으니 떼어내던가 지워내던가

몹쓸 기생충은 알아서 처리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자못, 바람이 거셉니다. 한글날의 광화문은

몹시 추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에 저라면,

그들의 얇은 외투를 먼저 걱정할 것입니다.

이낙연 당대표님께서도 옷 단단히 챙기시고

다가올 그 날까지 부디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천한 글은 그저 읽힘으로써 감사할 뿐입니다.

이천이십년 시월에 이르러

塵人 조은산이 남깁니다.

[출처]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 - 진인 조은산 (전문 및 블로그 주소)|작성자 DooDdalAbba

 

 

 

 

 

 

 

 

 

 

 

 

 

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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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시무 7조 상소문

 

▼ 전문


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

기해년 겨울

타국의 역병이 이 땅에 창궐하였는 바,
가솔들의 삶은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그 이전과 이후를 언감생심 기억할 수 없고
감히 두려워 기약할 수도 없사온데
그것은 응당 소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옵니다

백성들은 각기 분(分)하여 입마개로 숨을 틀어 막았고
병마가 점령한 저잣거리는 숨을 급히 죽였으며
도성 내 의원과 관원들은 숨을 바삐 쉬었지만
지병이 있는 자, 노약한 자는 숨을 거두었사옵니다

병마의 사신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가려 찾지 않았사오며
절명한 지아비와 지어미 앞에
가난한 자의 울음과 부유한 자의 울음은
공히 처연 했사옵고,
그 해 새벽 도성에 내린 눈은
정승댁의 기왓장에도 여염의 초가지붕에도
함께 내려 스산하였습니다

하오나 폐하

인간의 본성은 본디 나약하나
이 땅의 백성들은 특히 고난 앞에 결연하였고
인간의 본성은 본디 추악하나
이 땅의 백성들은 특히 역경 앞에 서로 돕고 의지하였나니

아녀자의 치마로 돌을 실어
왜적의 골통을 부순 행주산성이 그러하였고
십시일반 금붙이를 모아
빈사 직전의 나라를 구해낸 경제위기가 그러했듯

이는 곧 난세의 천운이오 치세의 근본이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

이듬해 봄

폐하의 성은에 힘입어
권토중래한 이 나라 백성들은
저마다 살 길을 찾아 짚신끈을 다시 매었고
민초들의 삶은 다시 용진하였으니

지아비, 지어미는 젖먹이를 맡길 곳을 찾아
집과 집을 오가며 동분서주 하였고
서신을 보내어 재택근무에 당하는 등
살 길을 찾아 고행하였는 바,

고을 안 남루한 주막에서는
백성의 가락국수가 사발에 담겨
남겨진 할미와 손주의 상에 올랐는데

경상의 멸치와 전라의 다시마로 육수를 낸 국물은
아이의 눈처럼 맑았고
할미의 주름처럼 깊었사오며

산파가 다녀간 고을 민가에서는
어미의 산도를 찢어내며 고군분투한 아이가
마침내 탯줄을 끊어 울음을 터트렸고
창자를 저미는 고통에도 초연했던 어미는
아이를 받아 젖을 이어내고 울음을 터트렸사온데

그 울음과 울음의 사이가 가엾고 또한 섬뜩해
소인은 낮게 엎드려 숨죽였사옵니다

소인이 살펴보건데

백성은 정치 앞에 지리멸렬할 뿐
위태로움 앞에 빈부가 따로 없었고
살고자 함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으며
끼니 앞에 영호남이 어우러져 향기로웠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천한 백성들의
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과연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일터에 나앉은 백성들이옵니까
아니오면 궁궐과 의회에 모여 앉은
대신들이옵니까

또한 역사를 되짚어 살펴보건데
과연 이 나라를 도탄지고에 빠트렸던 자들은
우매한 백성들이었사옵니까 아니오면
제 이득에 눈먼 탐관오리들과
무능력한 조정의 대신들이었사옵니까

하여 경자년 여름

간신이 쥐떼처럼 창궐하여 역병과도 같으니
정책은 난무하나 결과는 전무하여 허망하고
실(實)은 하나이나 설(說)은 다분하니
민심은 사분오열일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바,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시무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피시어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물론 각지의 군수들을
재촉하시고 이를 주창토록 하시오면

소인은 살아서 더 바랄 것이 없고
죽어서는 각골난망하여
그 은혜를 잊지 않겠사옵니다

하여 소인 조은산은 넙죽 엎드려
삼가 시무 7조를 고하나니

 


一.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세금이라는 것이 본디 그 쓰임에 있어
나라의 곳간을 채워 국가 재정을 이어나가고
군대를 키우며 나라의 발전을 도모해
백성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오나

이 나라의 조세 제도는
십시일반의 미덕이 아닌
육참골단의 고통으로 전락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오며

 


부유한 것이 죄는 아니거늘 소득의 절반을 빼앗고
부자의 자식이 부자가 되면 안되니 다시 빼앗고
기업을 운영하니 재벌이라 가두어 빼앗고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
일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
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
한평생 고을을 지킨 노인은 고가주택에 기거한다하여 빼앗으니

 


차라리 개와 소,말처럼 주인의 사료로 연명할지언정
어느 누가 이 땅에서 기업을 일궈 나라에 이바지하고
어느 누가 출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사옵니까

또한 증세를 통해 나라의 곳간은 채울 수 있을지언정
소비 둔화와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 역시 존재하거늘
이토록 중요한 국가시책을 어찌하여 나라에 널린
학자들의 의견 한번 여쭙지 않고 강행하시옵니까

폐하

조세는 나라의 권한이고
납세는 백성의 책무이나
세율은 민심의 척도이옵니다

증세로 백성을 핍박한 군왕이
어찌 민심을 얻을 수 있겠사오며
하물며 민심을 잃은 군왕이
어찌 천하를 논하고 대업을 이끌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망가진 조세 제도를 재정비하시고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자가 아닌,
세금을 납부하는 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세율을 재조정하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시옵소서

 



二.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스스로 벌어먹지 않고 노니는 백성이
스스로 벌어 토하듯 세금을 각출한 백성의
피와 땀에 들러붙어 배를 두드리고
나라의 곳간을 갉아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것은
감성이오

진정으로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곳간을 열고 자비를 베풀어 구휼하며
재정을 알뜰히 하여 부국강병의 초석을 닦는 것은
이성이니

감성이 이성을 앞서면
게으른 백성이 고기를 씹고
병약한 백성이 마른 침을 삼키는 것과 같으며

이성이 감성을 앞서면
게으른 백성이 고기를 얻기 위해 화살촉을 갈고
병약한 백성이 죽 한 사발로 기운을 차리어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과 같사옵니다

또한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세금을 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저절로 토해내게끔 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것은 이성이오

비정규직철폐니 경제민주화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인상이니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 결국
54조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감성에 불과하니

감성이 이성을 앞서면
암탉을 때려잡아 그 고기를 잘게 나누어
굶주린 이들에게 흩뿌려 기름진 넓적다리살에
아귀다툼을 벌이게 하는 것과 같고

이성이 감성을 앞서면
암탉에게 좋은 먹이를 내어 살을 찌우고
크고 신선한 달걀을 연신 받아내어
백성 모두가 닭 한마리씩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사옵니다

 


또한 폐하께오서 그리 씹어대고 물어뜯던
22조의 4대강 사업이 그 실체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성이 감성을 누른 까닭이옵고

마땅히 기업이 해야할 일을 백성의 혈세로 대신한 바
폐하의 54조는 증발하여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감성이 이성을 누른 까닭이온데

 


폐하를 비롯한 대신들과 관료들이 모두
백성들의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쥐어 짜내기 위한
지지율 확보용 감성팔이 정책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바,

이러한 조정 정책의 기조 변화없이
어찌 다가올 160조 신분배 정책을 지지할 수 있으며
어찌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사옵니까

폐하

역사는 군왕의 업적을 논할 뿐
당대의 지지율을 논하지 않사옵니다

부디 정책을 펼치심에 있어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히 여기시고 챙기시어
작금의 지지율로 평가받는 군왕이 아닌
후대의 평가로 역사에 남는 패왕이 되시옵소서

 


三.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나라의 지정학적 요소와 주변국들의 정세를 간파하지 못하여
한미일이냐 북중러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니
앉은 자리는 가시방석이오 일어서니 키는 제일 작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온데

일본과의 외교 마찰로 무역 분쟁을 초래하였으나
이를 외교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로 해결하시려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양국관계를 파탄낸 바,

여론은 반전되고 지지율은 얻었으나
결국 동북아 안보의 상징인 지소미아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명분의 외교이옵고

중국의 패권주의와 북국 돈왕(豚王)의 핵도발의
엄중함을 먼저 고려하시어 한미일 3국의 동맹을
강화하시며 안보의 기틀을 마련하시고

절치부심하여 국력을 키워 극일을 이룬 후에야
비로소 아베의 골통을 쥐어박고 고환을 걷어차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취하는 것은
실리의 외교이옵니다

또한 일본의 의류업체가 연이어 폐점하고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한국 철수를 선언하며
일본의 기업 또한 한국 기업과 거래를 끊고
심지어 농산물과 수산물까지 수입금지에 처한다니

의류업체 근로자, 매장 근로자, 유통업자, 자동차 업체 근로자
영업사원, 수리기사, 농민, 어민, 수출입 관련 근로자
항공사, 항공사 근로자, 관광사, 관광사 근로자 등
수많은 백성들의 일자리와 생계가 위태롭게 된 것은
명분이 실리를 앞선 까닭이온데

이는 결국 백성이 다른 백성의
밥그릇을 걷어찬 꼴과 무엇이 다르며
손이 발을 밉다하여 입을 틀어막아
함께 굶어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사옵니까

또한 평화와 화해 따위의 허황된 말로
감성에 목마른 백성들을 현혹시켜
실질적인 핵폐기는 안중에도 없는
북국의 돈왕과 더불어 성대한 냉면잔치를 열고

결국 구밀복검한 무리들로부터 토사구팽 당하여
백성의 혈세로 지은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삶은 소대가리라는 치욕마저 당하는 것은
명분의 외교이옵고

국제적 합의에 따라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시고
적극 동참하시어 북국의 돈줄을 막아
서서히 고사시키시며

동시에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여
북국의 돈왕이 스스로 처지를 깨닳아
핵개발을 포기하고 시장을 개방토록 하는 것은
실리의 외교일진데

과연 폐하께오서는 외교에 임하시오며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택하셨사옵니까

또한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얻으신 것이오
북국과 일본과 중국과 미국 중 무엇과 화친하였으며
작금에 이르러 결국 무엇이 남았다는 말이옵니까

미국의 트럼프는 미치광이지만
자국민의 이익을 확실히 보호했고

중국의 시주석은 공산당의 수령이지만
중국의 시장경제를 대외로 이끌었으며

북국의 돈왕은 독재자이지만
최빈국의 지위를 핵보유국으로 끌어올렸고

일본의 아베는 굴욕외교로 이름났으나
그만큼 실리는 챙긴다는 평이 있으며

러시아의 푸틴이 장기집권을 꿈꾸는 건
백중 칠십을 넘나드는 지지율이 있기 때문일진데

 


폐하께서는 핵도 없고 백성의 삶은 파탄이오
시장경제는 퇴보하였으며 굴욕외교 끝에
실리 또한 챙기지 못하였고 또한
지지율은 절반도 채 되지 않으시면서

어찌 장기집권을 꿈꾸며
독재자의 길을 걷는
미치광이가 되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영명하신 폐하

저들은 폐하의 정치적 신념과
감성의 논리에 귀기울여 줄 만큼
한가로운 자들이 아니옵니다

시국은 시급하여 촌각을 다투고
늑대와 표범과 호랑이는 굶주려 먹이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어찌 폐하께오서는
한가로이 초원에 풀이나 야금야금
뜯어 삼키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부디 통촉하시어 안목을 넓게 가지시고
정치와 이념을 외교와 따로 다루시어
실리를 위한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그리하여 북국 돈왕의 핵탄두 아래
백성들을 지켜주시옵고 국토를 보전하시옵소서

 


四.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소인이 여염의 촌락을 하릴없이 거닐다
막연히 들린 주막에서는 고을 무뢰배들이
만취해 젓가락을 두들기며 장단을 맞추었고

주막 한 켠 작은 탁자에서 홀로
산낙지를 씹으며 탁주를 들이키던 한 노인이
그에 맞춰 읇조리니 좌중의 시선이 쏠리며
일순간 적막이 흘렀던 바,

그 이야기가 하도 기가 차고 신명이 나
폐하께 아뢰오니 통촉하여 들어 주시옵소서


"반도의 어느 작은 나라에 돼지가 혁명을 일으켜
돼지의 나라를 세웠으니 이를 숯불 공화국이라 칭하였고
연호를 한돈이라 칭하였으니 한돈 사년 어느 날

돼지의 왕이 몸소 교지를 내려
나라의 모든 돼지들에게 이르길

과인이 듣기로 작금의 돈륜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축사가 쪼개지고 울타리가 넘어지니
돈권 또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도다

구유통의 쌀겨가 귀중하기로소니
너희들의 돈격보다 귀중하랴

하여 과인이 이르노니
이 나라의 모든 돼지들은
그 품종과 육질을 막론하고 앞으로
꿀꿀 거리는 소리를 금하며 또한
먹는 것을 금하여 돈성을 다스릴 것인 바,

이를 어길 시 모두 육절기에 넣고 갈아
소시지와 순대로 만들어 정육점에 효시할 터이니
그리 알고 너희는 마땅히 받들라
라고 명하였으니

이에 나라의 모든 돼지가 꿀꿀 거리며 아우성일진데
족발에 불똥이 튄 건 다름아닌 조정의 관돈들인 바,

비서실 돼지는 제 목소리가 제일 큰 줄도 모르고
도리어 수석 돼지들에게 꿀꿀거리지 말 것을 종용했으나
이내 제 몫의 구유통이 청주와 반포에 걸쳐
두 개인 것이 발각되었고

국토부 돼지는 별안간 궤엑 멱 따는 소리를 내며
꿀꿀 파시라 꿀꿀 파시라 구유통을 파시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으며

대변돈실 돼지는 흑석동 상가에 몰래 기어들어가
대부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뻥튀기를 처먹다 발각돼
족발이 안보이도록 줄행랑치니

결국 여섯의 관돈이 한날 한시에 사의를 밝히고
축사 담을 넘어 도주하다 말린 꼬랑지가 밟혀
목살을 잡힌 채 대궐로 끌려와 모진 고문을 당했는데
그 광경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어

대포집이 껍질을 뜯고 족발집이 족을 잘라내며
국밥집이 머릿고기를 삶아내는 고통에
여섯의 관돈들은 이실직고하였으니 이와 같았다더라

돼지는 꿀꿀거려야 제 맛이오
돼지같이 처먹어야 돼지다운 것인데
어찌 폐하께서는 돼지에게
돼지답지 않을 것을 강요하고
돼지의 본능과 욕구를 버리라 하시옵니까

돼지는 처먹어야 그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이오
돼지가 돼지다워야 돼지로써 살 수 있는 터인데
애당초 돼지의 본능을 무시한 교지를 내리시니
저희 대신들이 어찌 이를 백성들에게
강요할 것이오 또한 스스로 이를 따르겠나이까

라며 돈지랄을 하고
이구동성으로 꿀꿀대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성문 밖에 성난 백성 돼지들이
숯불을 들고 모여 꿀꿀거리기 시작하였고
숯불로 흥한 자 숯불로 망하리라 외치며 결국
성문을 깨어트리고 왕의 침소를 향해 치닫은 바,

금과 은으로 치장하고
비단으로 감싼 침소에는

돼지의 왕 또한 꿀꿀대며
구유통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머리맡에는 '돼지가 먼저다'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하더라”


……………………

폐하

 


영끌의 귀재, 희대의 승부사, 대출 한도의 파괴자
라 불리우는 흑석 김O겸 선생이
재개발 상가를 튀기려다 결국 발각되어
언론에 튀겨지고 백성에게 씹히다 결국
신기전과 같이 꽁무니에 불이 붙은 듯 내빼고

지역구의 배신자, 절세의 교과서,
50분의 기적, 대변인 사냥꾼
이라 불리우는 반포 노O민 선생이
대신과 관료들에게 집을 팔라며 호통치다
본인 또한 다주택자인게 발각되어
결국 지역구인 청주를 버리고 한양의 노른자위
반포를 택해 뭇매를 맞았는데

 


소인은 큰 엿과 작은 엿을 양 손에 쥔 아이에게
무어라 설득해야 작은 엿 대신 큰 엿을 버리게
할지 몰라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였고

또한 양 손에 멀쩡히 들고있는 제 엿을
무슨 이유를 들어 버리게 해야할지 몰라
더욱 골똘히 생각하였사옵니다

하오면 폐하
큰 엿을 버리고 작은 엿을 쥔 아이의
검소함과 청렴함을 칭찬하여 본보기로 삼는 것이
마땅하옵니까

두 손에 멀쩡히 들고있던 제 엿을
함부로 버린 것도 모자라 큰 엿을 버리고
작은 엿을 택한 아이의 무지함과 성급함을
나무라는 것이 마땅하옵니까

그저 백성들을 기만하여 지지율을 확보하고
세금을 긁어 모으고자 만천하에 벌인
정치적 놀음에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는 것이옵니까

폐하

臣김O겸과 노O민은 죄가 없사옵니다

이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하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욕구를 죄악시하여
폐하 본인 스스로도 지키기 힘든 것을
아랫 것들에게 강요한 폐하 스스로의 잘못이며

이 불쌍한 자들의 죄는 그저
지키지 못하여 깨어질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폐하의 엄포와 성화에 못이겨
머리와 손과 입이 각기 따로 놀아나
백성들을 농락한 죄 밖에 없사옵니다

말은 말답게 달려야 제 맛이오
개는 개답게 짖어야 제 맛이고
돼지는 돼지답게 처먹어야 제 맛이며
인간은 인간답게 제 이득을 챙기고
주판알을 튕겨 손익을 따지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제 맛인데

애초에 인간의 욕구에 반하는 정책을 내시고
이를 대신과 관료들에게 막연히 따를 것을 명하니
어찌 백성이 따를 것이오 어느 신하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겠사옵니까

폐하

조정이 우왕좌왕하니
백성 또한 다르지 않사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아야
인간이 보이는 법이거늘
조정의 모든 정책이 인간의 욕구에 반하는
모순덩어리들 뿐이옵고 인간의 욕구를
죄악시하여 이를 말살하려는 극단책 뿐이온데
어찌 백성들의 동의를 바라고
어찌 그 성과를 바랄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통촉하시어 정책을 전개하심에
인간의 욕구를 받아들이시고 인정하시어
더 이상 이러한 참담한 광경이
백성 앞에 펼쳐지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五.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정세는 역동하여 요란하고
민심은 역류하여 요동치니
나라는 좌우로 갈라졌으며

간신은 역행하여 요사스럽고
충신은 역린하여 요절하니
국법은 깨어져 흩어졌사옵니다

나라의 위태로움은 풍전등화와 같고
백성의 곤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

굽은 목을 겨우 세워
동서남북을 널리 살펴보니
영웅은 깊이 잠들어 몽중이오
현자는 깊이 숨어 은둔하니 보이지 않사옵니다

犬王(개의 왕)은 곰과 범을 부리지 못하고
鳥王(새의 왕)은 수리와 매를 부리지 못하니
들끓는 것은 이리요 까마귀떼 뿐이라

소인은 통탄하며 먹을 갈고
신음하며 붓끝을 가지런히 해
삼가 아뢰올 뿐이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정의 대신 열 중 셋은 허황된 꿈을 좇아
사를 말아먹는 이상주의자요

 


나머지 일곱 중 셋은 허황된 꿈을 팔아
표장사를 하는 장사치나 다름없고

나머지 넷 중 셋은 시뻘건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폐하의 귓구멍을 간지럽히는 아첨꾼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저 자리만 차지해
세금만 축내는 무능력한 것들이니

폐하 청하옵건데

한날 한시에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을 기립시키시어
폐하의 실정에 대한 의견을 물으시옵소서

실책과 실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백성을 팔아 폐하의 업적을 칭송하며
용비어천가를 목놓아 부르는 자에게는
진하게 우려낸 사약 한 사발을 내리시어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조정을 농락한 죄를
물어 국법의 지엄함을 널리 알리시고

함구하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좌중의 눈치만 살피는 자에게는
차가운 냉수 한 사발을 내리시어
복지부동하여 세금만 축내는 것을 꾸짖으시며

폐하의 실책과 실정에 대하여
조목조목 따지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자에게는
잘 빚은 술을 한 잔 내리시어 격려하시되

비판과 더불어 해법과 계책을 내놓는 자에게는
한 잔의 술과 함께 영의정의 명패를 하사하시고
조정의 중심이자 폐하의 지기로 삼으시어
폐하의 자비로움과 영명함을 천하에 알리시옵소서

또한 새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각지의 서생들을 불러 모아

민주와 인권, 자유를 각각 새긴
세 개의 명판을 나눠주시고
한 손에 하나씩만 들 수 있으니
참고하여 이행하라 명하신 후

민주와 인권의 명판을 양 손에 든 자는
따로 불러 모아 감옥에 모조리 투옥하시고
또한 일가의 재산을 모두 압류하도록 명하시어
자유를 버린 댓가를 치르도록 하시고

자유와 인권의 명판을 양 손에 든 자는
폐하의 어수(御手)를 높이 들어
양 볼따귀를 힘껏 후려치시고
나의 자유가 너의 인권과 상충하니
누가 이기겠는가. 하문하시어
민주적 절차에 의한 입법과 그로 인한 법치의
귀중함을 일깨워 주시옵고

자유와 민주의 명판을 양 손에 든 자는
조정의 하급 관리에 임명하시되
사헌부와 포도청 그리고 고을 관아의
대민업무를 도맡아 처리케 하시어
인권의 진정한 뜻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시며

만에 하나

왼손에 자유와 민주 두 개의 명판을 들고
오른손에 인권의 명판을 든 자가 아뢰길

자유가 없는 민주는 독재와 마찬가지요
민주가 없는 자유는 무법천지와 같은 바,
둘은 양분될 수 없고 필히 양립해야 할 것이니
본디 이 둘은 하나인 것과 다름없어 함께 왼손이오,
오른손에 인권은 이들을 능히 거들 수 있으니
여기 세 개의 명판이 다 있소이다 라고 답한다면

그 자를 즉시 진사의 자리에 올려 국사의 중책을 맡기시옵고
한양의 대궐같은 집과 조선 제일의 명마가 끄는 마차
또한 하사하시어 그로 하여금 나라의 대업을 이끌고
폐하의 업적을 함께 빛내도록 하시옵소서

폐하

인사는 곧 만사라 하였사옵니다

이 땅에 널린게 학설이거늘
태반이 반쪽짜리 이념에 지나지 않고
또한 널린게 학자이거늘
태반이 한쪽으로 치우친 선동꾼에 불과하온데
하물며 조정의 대신들은 어떻겠사옵니까

부디 민주와 인권을 앞세워 감성과 눈물을 팔고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백성들의 표와 피를 팔아
제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삼는 저 들쥐와 같은
무리들을 긁어모아 스스로를 박멸하라 명하시옵고

자유의 가치를 알고 몸소 행하며
자유와 민주와 인권의 조화를 논하는
총명한 인재를 신하로 쓰시어 나라의 평안을 되찾아
백성의 앞길을 인도해 주시옵소서

 



六.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오 백성의 근간은 헌법이니
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규정한 헌법 1조와 그 뜻이 같사옵니다

또한 나라의 크고 작은 집회에서는
위 헌법 1조를 가사로 옮긴 노래가 흘러나왔고
폐하께서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셨으니
광우병 파동, 세월호 참사, 박근혜 퇴진운동이
그러했습니다

헌법 제1조를 부르짖으며 백성들을 이끌어
헌법에 의거해 전대통령을 파면하였고
헌법에 의거해 대통령에 선출되었으며
헌법에 의거해 선서를 하셨사오니

헌법에 의거해 직무를 수행하고
헌법에 의거해 백성의 권리를 보장하시오며
헌법에 의거해 국토를 보전해야함이 마땅하오나

 


헌법에 의거해 그 자리에 오르신 폐하 스스로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고 적시된 조항을 무시하며
헌법에 내재한 백성의 가치를 짓밟고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권리에 침을 뱉으사
헌법이 경계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니

 


나라와 백성의 근간인 헌법이 조각나 깨어지듯
민심 또한 조각나 깨어져 흉흉하옵고
온 나라가 서로 쪼개져 개싸움을 벌이고 있사온데
그 꼴이 참으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사옵니다

그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거주자를 잡아 족치시어
무주택자의 지지율을 얻겠다는 심산으로
건국 이래 최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시고 임대차 3법을 강행하시어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하시고

기회는 공정하며 과정은 평등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폐하의 선포에 따라
학업이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모조리 섞어 한 교실에 집어넣어 하향평준화를
통한 진정한 평등을 이루어 내시어
헌법 제31조 1항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시고

이른바 6.17 대책으로
나라에 득이 된다하여 적극적으로 장려한
임대사업자를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아 법을 소급하여 토사구팽하며
내 집 마련의 꿈에 들떠있던 백성의
중도금을 막아 뒷통수를 후려치는 등
헌법 제13조 2항 소급입법으로부터
재산을 지킬 권리를 박탈하시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마저 말살하여 개돼지의 표본으로
삼으려 헌정 이후 최초로 백성의 재산권 행사에
법적 처벌을 운운하며 겁박하여
헌법 제23조 재산권의 보장을 박탈하시니

백성들은 무주택자 다주택자로 갈리고
강남권과 비강남권으로 갈리고
조정지역과 투기지역으로 다시 갈리고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또 갈리어
서로를 물어뜯고 씹어대며 쥐어뜯고 있사온데
도대체 이제는 또 어디의 무엇을
갈라내고 도려내며 찢어내실 심산이옵니까

백성은 각자 다르나 합쳐져 하나인데
이는 대야에 담긴 물을 쪼개어
반은 발을 닦고 나머지 반으로 세수를 하며
다시 쪼개어 세안을 하고 양치를 하며
이내 마셔버리는 꼴과 같으니

폐하께오서는 헌법을 찢어내고 백성을 갈라내고
이제는 폐하 스스로의 옥체도 갈라내고 찢어내어
육시를 할 참이옵니까

폐하

 


이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

 


헌법은 불가변한 가치를 지닌 국법이오
이 나라의 역사와 같은 성문법이며
백성을 위해 백성에 의해 제정된 민정헌법인 바,

헌법을 짓밟는 것은 백성을 짓밟는 것과 같고
헌법을 저버리는 것은 나라의 역사를 부정하며
미래를 저버리는 것과 같사옵니다

바라옵건데
스스로 헌법을 지키시고 보전하시어

깨어진 민의를 추스려 민심을 회복하시고
사멸한 정도를 되살려 정의를 바로 세우사
처참히 조각난 이 나라를 다시 합쳐 주시옵소서

마지막으로 폐하

 


七.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직언하옵건데

이 나라는 폐하와 더불어 백성들이
합쳐 망친 나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옵니다

이 나라에 상식과 신뢰와 도의는 사멸했고
또한 헌법은 깨어졌으며 국회는 나락이니
오로지 죽고 죽이며 뺏고 빼앗기는
감성과 분노의 정치만 있을 뿐입니다

이는 폐하만의 잘못도 아니고
조정 대신과 관료들만의 잘못도 아니옵니다

그것은 백성 또한 무지한 까닭이며
엄중한 현인들의 경고와 선대 공신들이
남긴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국의 지도자를 저잣거리의 광대 뽑듯이
감성에 젖어 눈물로 내세운 댓가입니다

소인은 평생을 살아오며
무주택자 일주택자 다주택자라는 단어가
이토록 심오하고 엄중하며 잔인한 것인지
폐하의 실정 하에 처음 깨닫사오며

일찍이 폐하의 막역지우였던
故노무현 선황의 통치 하에서도,
폐하의 정적이었던 이명박 선황과
폐하의 제물이었던 박근혜 선황의
통치 하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참담한 헌법유린과 처절한 수탈과
극심한 분열과 외교적 고립을 겪사옵니다

개구리가 찬물에 담궈져
서서히 달궈지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듯
이 땅의 백성은 백성 스스로 선출한
폐하의 실정에 하나둘씩 권리를 내어주다
결국에는 헌법 조문 안에 조차 속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사오나

아직 절반의 백성은
스스로 벌어먹지 않고도 내어지는
끼니 앞에 굴복하여 제 몸이 익어
껍질이 벗겨지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하옵고

가진 자에 대한 끝없는 분노에 눈이 멀어
제 자식들이 살아갈 삶이
제 인생보다 나아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 또한 느끼지 못하옵니다

 


폐하께서 추구했던 인권은 고작
사람을 죽이고 부녀자를 간음한
파렴치한 것들에게만 내려지는 면죄부가 되었고

폐하께서 부르짖던 민주는
절반의 백성에게는 약탈이고
절반의 백성에게는 토벌이며
과반수를 넘는 자가 벌이는 정당한 도륙이자
합법적 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하였으니

 


자유는 선대 공신들의 무덤을 파내어
찾으오리까 아니오면
죽어 자빠져 저승길에서 찾으오리까

소인이 감히 묻사옵니다

무릇 정치란
백성과의 싸움이 아닌
백성을 뺀 세상 나머지 것들과의 싸움인 바,

폐하께서는 작금에 이르러
무엇과 싸우고 계신 것이옵니까

국내외에 어지러이 산적하여 당면한 과제는
온데 간데 없고 적폐청산을 기치로
정적 수십을 처단한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백성을 두고 과녁을 삼아
왜곡된 민주와 인권의 활시위를 당기시는 것이옵니까

폐하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폐하의 적은 백성이 아닌,
나라를 해치는 이념의 잔재와
백성을 탐하는 과거의 유령이며
또한 복수에 눈이 멀고 간신에게 혼을 빼앗겨
적군와 아군을 구분 못하는 폐하 그 자신이옵니다

또한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폐하의 취임사를 소인은 우러러 기억하는 바,
그 날의 폐하 그 자신이오며

폐하께서 말씀하신 촛불의 힘은
무궁하고 무결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
그 날의 촛불 그 열기이옵니다

성군의 법도는 제 자신마저 품을 수 있으나
폭군의 법도는 제 자신 또한 해치는 법,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

간신의 글은 제 마음 하나 담지 못하나
충신의 글은 삼라만상을 다 담는 법,

소인의 천한 글재주로 일필휘지하지 못해
삼라만상을 담지는 못하였으나
우국충정을 담아 피와 눈물로 대신하오니
다만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앞바다에서 塵人 조은산 삼가 올립니다

 

 

 

 

 

 

 

 

 

 

 

 

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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