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9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2018, 시인생각

 

 

시흥시중앙도서관

SA270264

 

 

811.62

유86ㅅ

 

 

한국대표 명시선 100

 

 

 

유치환 (柳致環 1908~1967)

시인. 아호 청마靑馬. 경남 통영 출생.

동래고교 졸업. 연희전문 본과 1년 중퇴.

1931년 ≪문예월간≫에 시 「정적」 ·

1936년 ≪조선문단≫에 시 「깃발」 발표.

조선청년문학가협회 · 한국시인협회 회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서울시문화상 · 예술원공로상 · 부산시문화상 등 수상.

시집 『청마시초』 『생명의 서』 『울릉도』 『청령일기』

『청마시집』 등.

 

 

 

■ 차례

 

 

서序

 

 

1

그리움

행복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생명의 서 일장

바위

깃발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뉘가 이 기를 들어 높이 퍼득이게 할 것이냐

낙화

수선화

 

 

2

산 1

울릉도

복사꽃 피는 날

청령가蜻蛉歌 - 정향丁香에게

마지막 항구

모란꽃 이우는 날

봄바다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동해안에서

정적靜寂

 

 

 

3

춘신春信

문을 바르며

가마귀의 노래

점겅點景에서

병처

일월日月

새에게

출생기

매화나무

 

 

 

4

북방추색

인간의 나무

세월

북두北斗

황혼

밤비소리

그래서 너는 시를 쓴다?

미사의 종

고독

 

 

 

5

치자梔子꽃

항가새꽃

너에게

바다

선善한 나무

비새

주사

부활

석굴암대불

 

 

유치환 연보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울릉도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이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

 

 

 

 

 

병처

 

 

아픈가 물으면 가만히 미소하고

아프면 가만히 눈감는 아내---

한 떨기 들꽃이 피었다 시들고 지고

한 사람이 살고 병들고 또한 죽어가다

이 앞에서는 전우주를 다하여도 더욱 무력한가

내 드디어 그대 앓음을 나누지 못하나니

 

 

가만히 눈감고 아내여

이 덧없이 무상한

골육骨肉에 엉기인 유정有情의 거미줄을 관념하며

요료遙寥한 태허太虛 가운데

오직 고독한 홀몸을 응시하고

보지 못할 천상의 아득한 성망星芒을 지키며

소조蕭條히 지저地底를 구우는 무색無色 음풍陰風을 듣는가

하여 애련의 야윈 손을 내밀어

인연의 어린 새 새끼들을 애석하는가

 

 

아아 그대는 일찍이

나의 청춘을 정열한 한 떨기 아담한 꽃

나의 가난한 인생에

다만 한 포기 쉬일 애증의 푸른 나무려니

아아 가을이런가

추풍은 소조히 그대 위를 스쳐 부는가

 

 

그대 만약 죽으면---

이 생각만으로 가슴은 슬픔에 짐승 같다

그러나 이는 오직 철없는 애증의 짜증이러니

진실로 엄숙한 사실 앞에는

그대는 바람같이 사라지고

내 또한 바람처럼 외로이 남으리니

아아 이 지극히 가까웁고도 머언 자여

 

 

 

 

 

 

 

가슴을 저미는 쓰라림에

너도 말 없고 나도 말 없고

마지막 이별을 견디던 그날 밤

옆 개울물에 무심히 빛나던 별 하나!

 

 

그 별 하나이

젊음도 가고 정열도 다 간 이제

뜻않이도 또렷이

또렷이 살아나ㅡ

 

 

세월은 흘러가도

머리칼은 희어가도

말끄러미 말끄러미

무덤가까지 따라올 그 별 하나!

 

 

 

 

 

너에게

 

 

물같이 푸른 조석朝夕이

밀려 가고 밀려 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을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유 치 환

연    보

 

1908(  1세)  7. 14(음력) 경남 통영시 태평동 552번지에서

                유생인 진주 유씨 준수焌秀와 어머니 밀양 박씨

                우수又守 사이 8남매 중 차남으로 출생.

 

1918(11세)  외가 사숙私塾에서 한문 공부를 하다가 10세에

                통영보통학교 입학.

 

1922(15세)  통영보통학교 4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

                가 풍산豊山중학교 입학.

 

1923(16세)  가형 동랑 유치진이 주도하는 <토성> 지에 고

                향 문우들과 시를 발표.

 

1925(18세)  풍산중학교 4학년을 마치고 귀국. 동래고증보

                통학교 5학년 편입학.

 

1927(20세)  동래고등보통학교 5학년 졸업(제4회).

 

1928(21세)  연희전문학교 문과 입학, 중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사진학원에 다님.

 

1929(22세)  4월, 안동 권씨 재순 여사와 결혼.

 

1930(23세)  9월, 가형 동랑과 함께 간행한 회람지 <소제

                부>에 시 「축복」 등 26편 발표.

 

1931(24세)  ≪문예월간≫ 제2호에 시 「정적」을 발표하며

                등단.

 

1937(30세)  문예동인지 <생리>를 장응두, 최상규 등과 함

                께 발간. 통영협성상업고등학교 교사 취임.

 

1939(32세)  12월, 『청마시초』(청색지사) 간행.

 

1940(33세)  3월, 통영협성고등학교 교사 사임. 만주 빈강성

                연수현으로 이주, 농장 관리 및 정미소 경영.

 

1945(38세)  6월 말 귀국. 부인이 통영문화유치원을 경영.

                9월, 통영문화협회를 조직, 초대 회장 역임.

                10월, 통영여자중학교 교사로 부임. 이후 교

                직에 종사.

 

1946(39세)  청년문학가협회 초대 부회장. 동인지 『죽순』

                창간호에 시 「6년 후」 「동정冬庭」 발표.

 

1947(40세)  제1회 청년문학가협회 시인상 수상.

                6월, 시집 『생명의 서』(행문사) 간행.

                청년문학가협회 2대 회장.

 

1948(41세)  4월, 경남 안의중학교 교장으로 취임.

                9월, 시집 『울릉도』(행문사) 간행.

 

1949(42세)  5월, 시집 『청령일기』(행문사) 간행.

                제2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1950(43세)  6.25동란으로 부산으로 피난, 문인구국대를

                조직, 국군 제3사단에 소속 종군함.

 

1951(44세)  9월, 시집 『보병과 더불어』(문예사) 간행.

 

1953(46세)  4월, 통영으로 이주.

                시집 『예루살렘의 닭』(산호장) 간행.

 

1954(47세)  4월,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피선.

                시집 『기도가』와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의

                합본호인 『청마시집』(문성당) 간행.

 

1955(48세)  2월, 경주고등학교 교장 취임.

 

1956(49세)  3월, 제1회 경북문화상 수상.

 

1957(50세)  3월, 한국시인협회 초대 회장에 피선.

                12월, 시집 『제9시집』(한국출판사) 간행.

 

1958(51세)  제5회 아세아 자유문학상 수상.

 

1959(52세)  3월, 한국시인협회 회장 재피선.

                수상록 『동방의 느티』(신구문화사) 간행.

                9월, 경주고등학교 교장 사임.

                12월, 자작시 해설총서 『구름에 그린다』(신흥

                사) 간행.

 

1960(53세)  12월, 시집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동서

                문화사) 간행.

 

1961(54세)  5월, 경주여자중고등학교 교장 취임.

 

1962(55세)  3월, 대구여자고등학교 교장 취임.

                7월, 제7회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1963(56세)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경북지부장 피선.

                7월, 경남여자고등학교 교장 취임.

                12월, 수필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평화사) 간행.

 

1964(57세)  11월, 시집 『미루나무와 남풍』(평화사) 간행.

                12월, 부산시문화상 수상.

 

1965(58년)  4월, 부산남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 취임.

                11월, 시선집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평화사)

                간행.

 

1967(60세)  2월 13일 오후 9시 30분 부산시 동구 좌천동

                앞길에서 교통사고로 타계.

                경남 거제시 방하리 산록에 묘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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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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